중독·습관

혼자 마시는 술이 늘었을 때, 알콜중독보다 먼저 볼 고립

·읽는 데 약 5분 ·심리상담 맘블리AI

약속이 줄고 나서 술자리는 없어졌는데, 술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르는 일이 하루의 마지막 일정처럼 굳어졌다면, 그 장면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의 구조에 관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혼자 마시는 술은 언제부터 달라질까

술을 마시는 일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과 웃으며 마시던 술과, 불 꺼진 집에서 혼자 캔을 따는 술은 같은 술이지만 하는 일이 다릅니다. 앞의 술은 사람 사이에 놓여 있고, 뒤의 술은 사람이 있던 자리에 대신 놓여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양으로 자신을 점검합니다. 몇 캔인지, 몇 도인지, 주에 며칠인지. 그런데 실제로 먼저 달라지는 건 양이 아니라 역할입니다. 즐기려고 마시던 것이 어느 순간 잠들기 위해, 생각을 끊기 위해, 저녁 시간을 버티기 위해 마시는 것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닌데 안 마시면 이상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건 모순이 아닙니다. 양은 그대로인데 술이 맡은 일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고립이 먼저고 술이 나중인 경우

요즘 지자체마다 고립·은둔 상태의 청년을 찾아 연결하는 사업이 늘고 있습니다. 관계가 끊긴 시간이 길어지면 회복에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걸 현장에서 확인했기 때문일 겁니다. 술도 비슷한 자리에 있습니다. 술이 고립을 만들기도 하지만, 고립이 먼저 와서 술을 부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람을 안 만난 날은 하루가 길게 늘어집니다. 말을 한 마디도 안 한 날의 저녁 여덟 시는 유난히 조용합니다. 그 조용함을 견디는 방법으로 술만큼 즉각적인 게 없습니다. 값도 싸고, 준비도 필요 없고, 누구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면, 술의 양보다 하루의 모양을 먼저 살펴볼 만합니다.

  • 오늘 누군가와 나눈 대화가 배달 기사와의 인사뿐이었던 날이 이어진다
  • 약속이 잡히면 반가움보다 부담이 먼저 올라온다
  • 마시고 나서야 겨우 하루가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 다음 날 오전을 통째로 날려도 별로 아깝지 않다
  • 안 마신 날 밤에 잠이 더 안 온다

이 항목에 몇 개가 해당되는지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다만 하나라도 오래 이어지고 있다면, 술을 줄이는 일과 사람 쪽으로 반 발짝 움직이는 일이 같이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끊기보다 먼저 정해볼 것

금주를 결심했다가 사흘 만에 무너지는 경험이 쌓이면, 술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먼저 깎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끊는다"로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술이 대신해 주던 일을 하나씩 확인하고, 그 자리에 다른 것을 놓아보는 순서가 덜 무너집니다.

마시게 되는 순간술이 대신해 주던 일대신 놓아볼 것
퇴근하고 문 열었을 때하루를 끊어주는 신호옷 갈아입고 5분 샤워, 불 하나 더 켜기
잠이 안 올 때생각을 눌러주는 스위치마시는 시간을 30분 뒤로 미뤄보기
주말 낮부터 허전할 때시간을 빠르게 흘려보내기밖에서 끝나는 용무 하나 만들기
기분이 가라앉을 때감정을 잠시 지워주기누구에게든 짧은 안부 한 줄 보내기

표의 오른쪽 칸이 대단해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술이 하던 일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선택지가 하나뿐이던 저녁에 두 번째 선택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혼자 줄이려다 지칠 때

줄여보려 애쓰다 보면 실패한 날만 또렷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마신 날은 세고, 안 마신 날은 세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결론으로 빨리 넘어갑니다. 이 결론이 다시 술로 이어지는 고리를 만듭니다.

술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꺼내는 일이 유난히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말하는 순간 게으른 사람, 의지 없는 사람으로 정리될까 봐 미리 입을 닫습니다. 그런데 상담에서 술 이야기를 할 때 실제로 다루는 건 주량이 아니라, 술 없이 견디기 힘들어진 시간대와 그 시간에 무슨 생각이 오는가입니다.

몸에 변화가 느껴지거나 스스로 조절이 안 되는 상태가 이어진다면 의료기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문턱이 아직 높게 느껴진다면, 먼저 말로 꺼내보는 자리부터 만들어도 됩니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

술을 마신 밤에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스치는 일이 있습니다. 술은 그런 생각과 행동 사이의 거리를 줄입니다. 그 생각이 찾아온 밤이라면 혼자 두지 말고 아래로 연락해도 괜찮습니다.

  •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24시간)
  • 정신건강 위기상담 1577-0199
  • 청소년 상담전화 1388

오늘은 두 가지만 해보면 좋겠습니다. 마시기 전에 물 한 컵 마시고 30분을 미뤄보는 것, 그리고 연락처에서 한 사람을 골라 짧은 안부를 보내는 것. 그래도 저녁이 계속 무겁다면, 맘블리에서 술 이야기를 판단 없이 꺼내볼 수 있습니다. 주량을 먼저 묻지 않고, 그 시간에 무엇이 힘들었는지부터 함께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매일 마시지만 양은 적은데 알콜중독인가요

양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적은 양이라도 매일 특정 시간에 마셔야 하루가 끝나는 느낌이라면, 술이 맡은 역할이 커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진단명을 붙이는 게 아니라, 안 마신 날 저녁을 어떻게 보내는지 확인해 보는 일입니다. 며칠만이라도 마신 날과 안 마신 날을 적어보면 스스로 보이는 게 생깁니다.

혼자 술 끊기가 계속 실패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완전히 끊겠다는 목표보다 마시는 시간을 뒤로 미루거나 마시는 장소를 정하는 쪽이 지속되기 쉽습니다. 실패한 날만 세지 말고 안 마신 날도 같이 기록해 두면 자기 신뢰가 덜 깎입니다. 손이 떨리거나 식은땀 같은 몸의 변화가 있다면 혼자 끊는 대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술 문제로 상담을 받으면 술 끊으라는 말만 듣게 되나요

상담에서 먼저 묻는 건 주량이 아니라 술이 필요해지는 시간과 그때의 마음입니다. 혼자 있는 저녁이 견디기 힘든 것인지, 잠이 문제인지, 가라앉는 기분이 먼저인지에 따라 다루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끊으라는 지시보다 술이 대신하던 일을 어떻게 나눌지를 함께 정리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 주제로 바로 이야기해 보기

참고한 이슈

지금 마음이 복잡하다면

읽는 것만으로 정리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맘블리에게 편하게 이야기해 보세요.

Home 아동·청소년 상담 성인 상담 상담 접수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