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학교

아이가 죽고 싶다고 말했을 때, 부모의 첫 24시간

·읽는 데 약 5분 ·심리상담 맘블리AI

아이가 지나가듯 던진 한마디에 심장이 내려앉는 밤이 있습니다. 그 말을 다시 물어보기도, 못 들은 척하기도 어려워서 방문 앞에서 한참 서 있게 됩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굳어버린 그 몇 초는, 부모가 무심해서가 아니라 너무 놀라서 생긴 시간입니다.

그 말은 대개 오래 참다가 나옵니다

아이들이 죽고 싶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은 보통 절정이 아닙니다. 이미 몇 주, 몇 달을 혼자 굴려온 생각이 어느 날 방심한 틈으로 새어 나오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말투가 가볍거나, 농담처럼 들리거나, 화가 난 끝에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가볍게 말했다고 해서 가벼운 생각인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그 말을 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뜻도 아닙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고 있어야 해서 부모 마음이 그렇게 흔들립니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말로 꺼냈다는 건, 아직 누군가에게 닿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받은 사람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습니다.

놀란 마음이 먼저 튀어나오면 대화가 닫힙니다

가장 흔한 첫 반응은 부정입니다. 그런 말 하지 마, 왜 그런 생각을 해, 네가 뭐가 부족해서. 전부 아이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인데, 아이 귀에는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이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다음으로 흔한 건 원인 찾기입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누가 그랬어, 성적 때문이야. 질문이 빨라질수록 아이는 답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 됩니다. 사실 아이도 이유를 딱 하나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대화의 목표는 원인 규명이 아닙니다. 이 말을 해도 엄마 아빠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 그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 자리에서 해볼 수 있는 말

길게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짧고 느린 문장이 낫습니다. 아래는 상담실에서 부모님들께 자주 권하는 형태입니다.

  • 말해줘서 고마워. 놀라긴 했는데, 화난 거 아니야.
  •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천천히 얘기해줄 수 있을까.
  • 그 생각이 자주 오는 편이야, 아니면 가끔이야.
  • 혹시 그 생각이 심해질 때 어떻게 하고 있어.
  • 지금 당장 답 안 해도 돼. 옆에 있을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직접 물어보면 그 마음이 커진다고 걱정하는 분이 많습니다.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조심스럽게 물어봐 주는 어른이 있으면, 혼자 삼키던 말을 밖으로 꺼낼 통로가 생깁니다.

말을 잘 받아주는 것과,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다릅니다. 첫날은 앞의 것만 해도 됩니다.

급한 일과 급하지 않은 일을 나눠 둡니다

놀란 상태에서는 모든 게 다 급해 보입니다. 학교에 알려야 하나, 병원을 가야 하나, 휴대폰을 봐야 하나. 한꺼번에 하려다 보면 아이는 감시당한다고 느끼고, 부모는 금세 지칩니다. 순서를 나누는 편이 낫습니다.

시점할 일하지 않을 일
그날 밤말 들어주기, 혼자 두지 않기, 위험할 수 있는 물건 조용히 정리하기캐묻기, 훈계, 각서 받기
다음 며칠아이 동의를 구해 상담 알아보기, 수면·식사 회복 돕기학교·친척에 급히 알려 소문 만들기
그 이후꾸준한 상담, 일상 리듬 만들기, 부모 자신의 소진 관리한 번 좋아 보인다고 대화 끊기

밤에 아이 곁에 있어 주는 일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합니다. 붙어 앉아 말을 시키라는 뜻이 아닙니다. 거실 불을 켜 두고, 방문을 살짝 열어 두고, 자기 전에 한 번 더 얼굴 보는 정도입니다.

자해 흔적을 발견했을 때

긴 소매, 팔을 가리는 습관, 갑자기 늘어난 밴드. 그런 걸 본 순간 대부분의 부모는 소리부터 지르게 됩니다. 놀라움이 분노처럼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이는 그 반응 하나로 다음부터 더 잘 숨기기로 마음먹습니다.

자해와 죽으려는 마음이 늘 같은 것은 아닙니다. 견디기 힘든 감정을 어떻게든 처리하려는 방식일 때도 많습니다. 다만 혼자 두면 점점 방법이 세지기 쉬우니, 어른이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안전장치가 됩니다.

상처를 본 날에는 우선 몸부터 챙깁니다. 소독하고, 밴드를 붙이고, 아팠겠다고 말합니다. 왜 그랬냐는 질문은 며칠 뒤로 미뤄도 늦지 않습니다.

부모도 혼자 감당하지 않기

이런 이야기를 들은 부모는 그날부터 잠을 설칩니다. 낮에도 문자 한 통에 가슴이 뜁니다. 그 상태가 길어지면 아이 앞에서 표정이 굳고, 아이는 그걸 자기 탓으로 읽습니다.

요즘은 지역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나 학교 밖 상담 창구가 늘고 있습니다. 부모만 먼저 가서 상의해도 됩니다. 아이를 데려가야만 상담이 시작되는 건 아닙니다.

배우자나 믿을 만한 어른 한 사람에게는 알려 두는 편이 좋습니다. 밤에 번갈아 가며 신경 쓸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것만으로 가정의 긴장이 훨씬 내려갑니다.

지금 바로 도움받을 수 있는 곳

아이가 지금 위험해 보이거나, 부모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화로 먼저 상의할 수 있습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위기상담 1577-0199, 청소년 상담전화 1388은 24시간 연결됩니다. 상담자가 상황에 맞는 다음 단계를 함께 정해 줍니다.

전화를 거는 일이 아이를 큰일 나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어른이 혼자 버티다 놓치는 쪽이 더 위험합니다.

오늘 해볼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 아이가 잠들기 전에 짧게 한마디 건네기. 아까 그 얘기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내일 또 얘기하자. 둘, 위 번호 중 하나를 휴대폰에 저장해 두기. 이야기를 좀 더 정리해서 나누고 싶어질 때, 맘블리 상담에서 부모님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셔도 괜찮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아이에게 죽고 싶냐고 직접 물어봐도 되나요

조심스러운 태도로 묻는 것은 대체로 도움이 됩니다. 어른이 그 말을 견뎌 줄 수 있다는 걸 알면 아이는 더 솔직해집니다. 다만 추궁하듯 묻거나, 답을 강요하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 지금 답하기 어려우면 나중에 해도 된다고 여지를 남겨 주세요.

아이가 관심받으려고 하는 말 같은데 어떻게 하나요

관심을 받고 싶다는 것도 중요한 신호입니다. 실제로 힘든 상태와 관심을 원하는 마음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심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려 애쓰기보다, 일단 들어 주고 며칠간 아이의 수면과 식사, 표정 변화를 조용히 살펴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학교에 알려야 할까요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학교 안에서 벌어진 일이 원인이거나 아이가 등교를 힘들어한다면 담임이나 상담교사와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아이에게 미리 말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판단이 어려우면 지역 청소년상담 창구에 먼저 문의해 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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