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번아웃, 야근보다 억울함이 더 지치게 할 때
일이 특별히 많은 주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퇴근길 지하철에서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집에 와서는 불도 못 켜고 한참 앉아 있게 됩니다. 쉬었는데도 다음 날 아침이 더 무겁다면, 지친 이유가 일의 양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쉬어도 안 풀리는 피로가 있습니다
야근을 한 날의 피로는 비교적 정직합니다. 자고 나면 조금은 돌아옵니다. 주말에 늘어져 있으면 월요일 아침에 최소한 몸은 움직여집니다.
그런데 어떤 피로는 쉬어도 그대로입니다. 휴가를 다녀와도 회사 건물이 보이는 순간 원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이런 경우 몸이 아니라 마음 어딘가가 계속 켜져 있는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직장인의 소진을 이야기할 때 근무 시간보다 공정함의 문제가 더 자주 거론됩니다. 같은 양의 일을 해도, 그 일이 어떻게 평가되고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가 사람을 더 깊이 지치게 한다는 뜻입니다.
억울함은 소리 없이 쌓입니다
억울함은 크게 터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말할 만큼 큰일이 아니어서 그냥 넘어갑니다. 넘어간 것들이 하나씩 쌓이다가, 어느 날 아무것도 아닌 메신저 알림 하나에 가슴이 쿵 내려앉습니다.
회사에서 이런 순간들은 대개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만 알고 넘어간 장면들이라 더 오래 남습니다.
- 내가 정리한 자료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보고될 때
- 문제가 생기면 먼저 불려 가는데, 잘되면 설명에서 빠져 있을 때
- 같은 실수인데 누구는 넘어가고 나는 길게 지적당할 때
- 급한 일은 늘 나에게 오는데, 그게 당연한 일처럼 되어 있을 때
- 힘들다고 말하면 다들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올 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람은 화를 내는 대신 기대를 접습니다. 기대를 접는 건 편해 보이지만, 그 자리에 무기력이 들어옵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몸이 먼저 배워버린 상태에 가깝습니다.
구분해두면 덜 헷갈립니다
둘은 비슷해 보여도 필요한 게 다릅니다. 하나는 시간이 필요하고, 하나는 정리와 말이 필요합니다.
| 쉬면 돌아오는 피로 | 쉬어도 남는 소진 | |
|---|---|---|
| 느낌 | 몸이 무겁다 | 마음이 식었다 |
| 휴식 후 | 조금 가벼워진다 | 그대로이거나 더 싫어진다 |
| 떠오르는 생각 | 얼른 끝내고 자야지 |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
| 필요한 것 | 잠, 회복 시간 | 상황 정리, 말할 자리 |
오른쪽 칸이 더 익숙하게 읽힌다면, 더 자는 것으로는 잘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동안 참아온 게 많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당장 회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구조를 혼자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참거나 그만두는 두 가지만 떠올립니다.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 억울했던 장면을 날짜와 함께 한 줄로 적어둡니다.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면, 그 일이 내 성격 탓이 아니라는 게 눈에 보입니다.
- 지금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두 칸으로 나눠봅니다.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가 조금 분명해집니다.
- 회사 밖에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한 명은 둡니다. 동료에게만 말하면, 쉬어야 할 때도 회사 안에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퇴근 후 삼십 분 정도는 업무와 아무 관련 없는 일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창문 열고 서 있기, 설거지하면서 음악 듣기 정도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하루 중 회사가 끼어들지 않는 시간이 있다는 감각입니다.
오늘은 두 가지만 해보셔도 됩니다. 이번 주에 억울했던 장면 하나를 한 줄로 적어두기, 그리고 퇴근 후 삼십 분을 업무와 분리해두기. 적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됐다는 걸 알게 되거나, 혼자 정리하기엔 너무 엉켜 있다고 느껴진다면 맘블리에서 직무 스트레스 상담으로 그 이야기를 꺼내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만둘지 말지를 정하기 전에, 지금 무엇 때문에 지쳤는지부터 함께 풀어보는 자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일이 줄었는데도 더 지치는 이유가 뭘까요
소진은 업무량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평가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내 몫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느낄 때 사람은 훨씬 빨리 지칩니다. 일이 줄어도 그 느낌이 그대로라면 피로의 출처가 다른 곳일 수 있습니다. 쉬는 시간을 늘리기보다 상황을 정리해보는 쪽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아웃이면 무조건 퇴사해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퇴사는 선택지 중 하나이고, 지금 당장 정할 일도 아닙니다. 다만 지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나중에 후회가 남기 쉬우니, 결정을 미루되 그 사이에 회복할 조건은 만들어두는 편이 낫습니다. 무엇이 나를 가장 소모시키는지부터 구체적으로 적어보시면 판단이 조금 선명해집니다.
회사 사람에게 힘들다고 말해도 될까요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말할 상대와 범위를 고르는 일이 먼저입니다. 감정을 그대로 쏟기보다 사실과 요청을 나눠서 전하면 오해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회사 밖에도 이야기할 자리를 하나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안에서만 풀려고 하면 쉬는 시간까지 회사가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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