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공황

아기 낳고 불안이 커졌다면, 육아 불안이라는 마음의 신호

·읽는 데 약 6분 ·심리상담 맘블리AI

아기가 자는 방에 들어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고, 다시 누웠다가 또 확인하러 갑니다. 낮에는 별일 없이 지나가는데 밤만 되면 심장이 빨라집니다. 몸은 지쳤는데 잠은 오지 않고, 이런 자신이 이상한 건 아닌지 검색창을 열게 됩니다.

요즘 출산 후 마음이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방송에서, 지역 보건소 안내문에서, 누군가의 고백에서요. 그런데 이야기의 대부분은 '우울'이라는 말로 묶입니다. 정작 많은 사람이 겪는 건 가라앉는 느낌보다 곤두선 느낌인 경우도 많습니다.

기운이 없는 게 아니라 신경이 너무 켜져 있는 상태. 아기가 조금만 뒤척여도 벌떡 일어나고, 남이 아기를 안으면 손이 저릿해지는 느낌.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에도 이름을 붙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가라앉는 마음과 곤두서는 마음은 다릅니다

출산 후의 힘듦을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그림이 있습니다. 눈물이 자주 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기를 봐도 감정이 잘 안 올라오는 모습이요. 실제로 그런 시기를 지나는 분들도 많습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감정이 꺼지는 게 아니라 계속 켜져 있는 쪽입니다. 최악의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 장면을 막기 위해 확인하고 또 확인합니다. 겉으로는 부지런하고 꼼꼼한 엄마, 아빠처럼 보이니 주변에서 알아채기가 더 어렵습니다.

본인도 헷갈립니다.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고 넘기거나, 아기를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설명합니다. 사랑인 건 맞습니다. 다만 몸이 쉬지 못하는 상태가 몇 주씩 이어지고 있다면, 그건 사랑의 문제라기보다 신경계가 과부하에 걸려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왜 유독 이 시기에 불안이 커질까요

몸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잠은 토막 났고, 회복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내가 잠깐 방심하면 이 사람이 위험해진다'는 책임이 24시간 붙습니다. 이 조합에서 예민해지지 않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정보의 양도 한몫합니다. 검색하면 나오는 사례들은 대개 드문 일들인데, 새벽 세 시에 읽으면 전부 내일 일어날 일처럼 느껴집니다. 불안은 정보를 먹고 자라는데, 새벽의 정보는 특히 살이 잘 찝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마음의 문제로만 보이던 것이 몸의 문제와 겹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산 후 갑상선 기능이 흔들리면서 두근거림이나 초조함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래 지속되는 불안은 마음만 다잡을 게 아니라 몸 쪽도 한 번쯤 확인해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불안이 하는 일, 확인 행동

불안의 특징은 확인을 시킨다는 점입니다. 숨을 확인하고, 체온을 재고, 젖병을 다시 소독하고, 어제 먹은 약이 괜찮은지 다시 찾아봅니다. 확인하면 잠깐 편해집니다. 그 잠깐의 안도감 때문에 다음번엔 더 확인하게 됩니다.

확인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아기를 돌보는 일에 확인은 필요합니다. 다만 확인의 횟수가 늘어나는데 안심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면, 그때는 방향을 조금 틀어볼 때입니다.

  • 확인한 뒤 편안함이 5분도 못 가고 다시 불안해질 때
  • 확인을 못 하게 하면 화가 나거나 견디기 힘들 때
  • 아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안심시키려고 확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 확인하느라 잘 수 있는 시간을 계속 놓치고 있을 때

이런 신호가 보인다면 확인을 줄이는 것보다, 확인하고 나서 어떻게 마무리할지를 먼저 정해보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한 번 확인한 뒤에는 문을 닫고 자리에 앉아 숨을 열 번 세는 식으로요. 몸에게 '상황 종료'라는 신호를 주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주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괜찮아, 별일 없어'입니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불안한 사람에게 이 말은 '네 걱정은 과하다'로 들리기 쉽습니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말을 안 하게 됩니다.

대신 이렇게 해볼 수 있습니다. 걱정을 부정하지 말고, 걱정을 대신 맡아주는 겁니다. '오늘 새벽 두 시부터 네 시까지는 내가 볼게, 그동안은 확인 안 해도 돼' 같은 말입니다. 안심시키는 말보다 안심할 수 있는 시간이 더 효과가 있습니다.

상황도움이 덜 되는 반응도움이 되는 반응
밤새 아기 숨을 확인함별일 없다니까 그만해두 시간만 내가 볼 테니 눈 붙여
사소한 증상에 검색을 반복그런 거 찾아보지 마같이 한 번만 보고, 내일 낮에 물어보자
별것 아닌 일에 눈물왜 그래, 예민하네힘들었겠다, 요즘 잠을 거의 못 잤잖아

오늘 해볼 수 있는 작은 것

많은 걸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밤 한 가지만 정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검색은 낮에만 하기. 새벽에 떠오른 걱정은 메모장에 한 줄로 적어두고, 아침에 다시 읽어보는 겁니다. 대부분은 아침에 읽으면 크기가 달라져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아기와 상관없는 일을 십 분만 해보세요. 창가에 서서 바깥을 보든, 따뜻한 물로 손을 씻든 상관없습니다. 그 십 분은 게으름이 아니라 신경계를 쉬게 하는 시간입니다.

혼자 견디기 어려울 때

불안이 오래가면 생각이 극단으로 흐를 때가 있습니다. 내가 없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스쳤다면, 그건 사람됨의 문제가 아니라 지칠 대로 지쳤다는 신호입니다. 그럴 때는 혼자 판단하지 말고 사람에게 연결되시는 게 먼저입니다.

  •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 정신건강 위기상담 1577-0199
  • 거주 지역 보건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산후 상담 프로그램

말로 꺼내는 순간 마음의 무게는 조금 가벼워집니다. 아직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맘블리 상담에서 오늘의 마음을 짧게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하셔도 됩니다. 정리되지 않은 문장이어도 괜찮습니다. 처음 꺼내는 말은 원래 그렇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출산 후 불안한 게 산후우울증인가요

가라앉는 느낌이 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신경이 곤두서고 걱정이 멈추지 않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둘이 함께 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스스로 이름을 붙이려 애쓰기보다, 지금 잠을 못 자고 있는지, 확인 행동이 늘고 있는지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를 기준으로 보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몇 주 이상 이어진다면 지역 보건소나 상담 창구에 한 번 이야기해보셔도 좋습니다.

밤마다 아기 숨을 확인하는데 정상인가요

많은 부모가 하는 행동입니다. 문제는 횟수보다 그 뒤에 안심이 되는가입니다. 확인하고 나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곧바로 또 확인하게 된다면, 안전을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불안이 시키는 반복에 가깝습니다. 한 번 확인한 뒤 자리로 돌아와 호흡을 세는 식의 마무리 절차를 만들어보세요.

산후 불안은 얼마나 지나면 나아지나요

사람마다 다릅니다. 출산 직후 몇 주 안에 잦아드는 경우도 있고, 몇 달간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잠이 조금씩 회복되면 함께 나아지는 경우가 많아서, 무엇보다 연속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두근거림이나 체중 변화 같은 몸의 증상이 같이 있다면 몸 쪽 검사도 한 번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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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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