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족

추석 전부터 무거워지는 마음, 고부갈등과 거리 두기

·읽는 데 약 4분 ·심리상담 맘블리AI

달력에 명절이 보이기 시작하면, 아직 한 달이나 남았는데도 마음이 먼저 무거워집니다. 특별히 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시댁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굳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무거움은 예민해서 생긴 게 아니라, 지난번에 어떻게 끝났는지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일 수 있습니다.

몸이 먼저 알아차립니다

시댁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심장이 빨라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통화 내용은 안부였는데도 끊고 나면 진이 빠집니다.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늘 조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긴장을 오래 유지한 관계는 기억에 남는 방식이 다릅니다. 말의 내용보다 그때의 분위기, 표정, 침묵의 길이가 몸에 남습니다. 그래서 다음 만남을 떠올리기만 해도 어깨가 먼저 올라갑니다.

이럴 때 스스로에게 "별것도 아닌데 왜 이러지"라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 그 질문은 대체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별것이 아니었다면 몸이 이렇게까지 반응하지 않습니다.

누가 나쁜 사람이어서 생기는 일이 아닐 때

고부 사이의 갈등은 악의보다 기준 차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절 음식은 어디까지 차려야 하는지, 방문은 몇 시간이 적당한지, 손주 이야기를 어디까지 물어봐도 되는지. 각자 살아온 집안의 기준이 다를 뿐인데, 그 차이가 말투에 실려 오면 평가처럼 들립니다.

게다가 이 관계는 스스로 고른 관계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따라온 관계라, 불편하다고 거리를 두기도 어렵고 편해지려 애쓰면 억울해집니다. 그 이중의 부담이 피로를 키웁니다.

요즘은 지자체에서 가족 관계 회복을 돕는 부모 세대 교육 프로그램을 여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자녀 세대의 어려움을 부모가 이해하도록 돕는 자리입니다. 세대 사이의 오해가 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배워서 좁힐 수 있는 간격이라는 관점이, 고부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가운데 서 있어야 할 사람은 정해져 있습니다

상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은 시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이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서운함입니다.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사람, 나중에 "그냥 넘어가지"라고 말한 사람. 갈등의 크기보다 혼자 남겨졌다는 느낌이 더 오래 남습니다.

배우자에게 시댁을 미워하라고 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느 쪽 편을 들지가 아니라, 누가 어떤 말을 대신 전할지를 정해두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부모 세대와의 조율은 그 집 자녀가 하는 편이 대체로 갈등이 적습니다.

부부가 미리 맞춰두면 좋은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방문 시간과 떠나는 시간을 미리 함께 정하기
  • 일정 변경이나 거절 연락은 그 집 자녀가 직접 하기
  • 불편한 말이 나왔을 때 서로에게 보낼 신호 하나 정해두기
  • 돌아오는 길에는 평가 대신 "오늘 힘들었지" 한마디 먼저 하기
  • 그날 안에 결론 내려 하지 말고 며칠 뒤에 다시 이야기하기

미리 정해두면 덜 흔들립니다

당일에 감정을 다스리려 하면 대개 실패합니다. 이미 긴장한 상태에서는 좋은 말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준비는 명절 전에, 마음이 비교적 평온할 때 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 준비는 관계를 끊기 위한 게 아닙니다.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있다가 오기 위한 장치입니다. 무리해서 오래 앉아 있다가 폭발하는 것보다, 짧게 있다가 웃으며 나오는 편이 다음 만남을 덜 무섭게 만듭니다.

명절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는다면

보통은 며칠 지나면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도 잠이 얕고, 사소한 일에 눈물이 나고, 배우자의 말투마저 견디기 어려워진다면 그건 명절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래 참아온 것이 이번에 드러난 것에 가깝습니다.

그럴 때는 원인을 찾아 누구의 잘못인지 가리기보다, 지금 내 상태를 먼저 돌보는 순서가 낫습니다. 잘 자고 있는지, 먹고 있는지, 마음 편히 말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해볼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번 명절에 꼭 지키고 싶은 것 한 가지만 종이에 적어보는 일. 다른 하나는 그 한 줄을 배우자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일입니다. 혼자 정리가 잘 되지 않거나 부부끼리 이야기하면 매번 싸움으로 끝난다면, 맘블리에서 중간에 서 줄 사람과 함께 말을 정리해 보셔도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시댁 가기 전날부터 잠이 안 오는데 정상인가요

불편했던 자리를 앞두고 몸이 미리 긴장하는 건 흔한 반응입니다. 특별히 예민한 성격이라서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다만 명절이 지난 뒤에도 몇 주간 잠이 계속 얕고 낮 시간이 힘들다면, 쌓여온 피로가 함께 있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혼자 버티기보다 이야기할 자리를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남편에게 서운한 걸 어떻게 말해야 싸움이 안 될까요

시어머니가 어땠는지부터 말하면 대개 방어부터 돌아옵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 대신 내가 그 순간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먼저 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요구는 한 번에 하나만, 구체적으로 말하는 편이 전달됩니다. 예를 들어 다음에는 떠날 시간을 먼저 말해 달라는 식입니다.

고부갈등도 상담을 받을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시어머니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복되는 상황에서 내가 덜 소모되는 방식을 찾기 위한 자리로 쓰입니다. 부부가 함께 이야기하며 역할을 나누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꼭 관계를 끊거나 큰 결정을 내려야만 상담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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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이슈

지금 마음이 복잡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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